2008년 05월 12일
부처님 오신 날, 사찰 두 곳을 방문했다.
매년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도가 아닌 나에게도 절을 찾게 하는 날이다.
어머니는 매년 사월 초파일에 근처 절을 찾으시고, 절을 하고, 등을 달고, 절 밥을 드신다.
절이란 공간은 참 묘한 매력을 가졌다.
산 속에 묻혀 있는 절들은, 언제 찾아도 조용하다. 화려한 불교미술은 종교미술이 가지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산세와 절은 참으로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 청도 운문사를 참 좋아한다. 처음 방문했을 때, 운문사를 감싸고 있는 산과, 절 옆을 끼고 도는 개천이 아름다웠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지난 5일 어린이날에도 운문사를 방문했다. 절은 그 때보다 더 많은 사람들로 붐볐고, 운문사의 명물인 처진 소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오늘은 아주 대조되는 두 곳을 다녀왔다.
처음 간 곳은 구포에 위치하고 잇는 대성사. 절이라고 하기엔 주택가에 있어서 그 고유의 분위기보다는 포교원에 가까웠다.
크지 않은 곳이었지만, 드문드문 사람들이 찾아왔다. 법당에 들어가서 108배를 했다. 108배를 할 때마다 느끼지만, 108번을 정확하게 세기도 힘들고, 호흡에 집중하다보면 내가 몇 번 째 절을 하고 있는지 항상 잊어버린다. 절 밥을 먹었다. 미나리의 향긋한 향이 별미였다. 절이 조용해서 집중하기도 쉬웠고, 산만하지 않아서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아~주 유명한 절 삼광사였다. 부산에 살면서 삼광사를 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버스에서 내려서 그 곳으로 가는 길에 너무 놀랐다. 좁은 2차선 도로에 차들이 빽빽하고, 그 옆 인도로 사람들이 넘쳐나서 차도까지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절을 향하는 입구 좌우로 노점상을 하시는 분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서 절이라기 보다는 시장에 가까운 분위기였다.
처음 절에 들어서자 그 크기에 압도되고, 달려있는 등을 보며 다시 한 번 놀랐다. 세상에~ 그렇게 등이 많이 달려 있는 건 처음 봤다. 일반 불자들부터 나처럼 놀러온 관광객(?), 게다가 외국인들도 절을 찾았다. 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커다란 관광지 같았다. 하긴 절이 관광지이기는 하다. 대웅전에 가서 절도 하고, 그 옆에 9층 석탑 주변을 합장을 하며 돌기도 했다.
부처님상을 보며 한참을 서 있었다. 문득 부처님 얼굴이 내 얼굴처럼 보였다. 불교의 교리는 잘 모르지만, 그 순간 세상모든 사람이 부처라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또는 성공을 바라며 등을 달고, 절을 한다. 오늘 아침 나의 어머니도 그러하였고, 나도 마찬가지였다. 절을 찾은 많은 사람들도 한결같이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부처님을 보며 가족의 안녕을 비는 것도 물론 좋지만, 가족과 함께 있을 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하고, 부처님 앞에서 한 말을, 가족 앞에서 먼저 하는 것이 화목한 가정을 위해서 더 좋을 듯 하다. 우리가 마음 속으로만 간절히 빌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간절한 마음을 나의 가족에게 주위의 사람에게 보여주는 것이 먼저라는 생각이 든다.
두 군데의 절을 다녀 와서 느낀 점은 그래도 절은 조용한 게 낫더라. (하지만 삼광사의 화려함은 불교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내가 바라는 절은.. 산 속 길을 따라 천천히 올라가며, 일주문, 천왕문, 불이문을 통과하며, 하나씩 세속의 묵은 때를 벗고, 깨끗한 마음가짐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위치가 중요하고 절의 아름다움이 중요할까, 내가 어디를 향하든 내 마음이 극락에 있다면 그 곳이 바로 아름다운 절이고, 마음 편안한 곳이 될 것이다.
# by | 2008/05/12 23:34 | 기타(Things)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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